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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물정보학/일상

생물정보학 분석 플랫폼의 착시: 분석을 ‘쉽게’ 만든 다는 환상

by HanJoohyun 2025. 7.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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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한주현입니다.
오늘은 생물정보학 분야에서 자주 마주치는 주제,
'분석을 쉽게 해준다'는 플랫폼들의 환상에 대해 이야기 해보겠습니다.

생물정보학 분석 플랫폼의 착시
부제: 분석을 ‘쉽게’ 만든 다는 환상

> 왜 생물정보학 분석을 ‘코드 없이, 클릭 기반으로 쉽게 해준다’는 서비스들이 자꾸 생겨나는 걸까?
> 왜 대부분은 얼마 못가 조용히 사라지는 걸까?

과거에도 그랬고, 최근에도 그랬듯, “GUI 기반 유전체 분석 플랫폼”, “AI로 자동 해석하는 오믹스 툴” 같은 서비스들을 종종 접하곤 합니다.
기술적으로도 그럴듯 하고, 겉보기에도 매력적으로 보입니다.
심지어는 ‘내가 분석 서비스 사업을 해본다면 더 잘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마저 들곤 합니다.
하지만 저는 이 질문을 스스로에게 자꾸 던져봅니다.

‘정말로 그것을 필요로 하는 사람이 있을까?’

- 시장에 대한 오해 세 가지
1) ‘분석을 쉽게 하면, 사용자도 늘어난다’는 착각
생물정보학에서의 분석이란 단순한 툴의 실행이 아닙니다.
고유의 데이터, 실험의 목적, 임상적인 맥락, 세세한 필터링의 기준이 각 연구자들 마다 모두 다 다릅니다.
‘클릭 한 번’으로 이렇게 다양한 문제들을 모두 해결할 수는 없습니다.

2) 툴이 아니라 결과를 원한다는 본질적 수요
초급자는 분석을 A 부터 Z 까지 전문가에게 맡기고 싶어하고,
중급자 이상은 이미 본인들의 분석 파이프라인을 가지고 있기에 외부 툴에 의존하지 않습니다.
결국 툴 기반 플랫폼의 주된 사용자층은, 바로 그 중간지대에 있는 ‘애매한 사용자’ 입니다.
즉, 분석의 개념은 알고 있지만 전문가에게 맡기자니 망설여지고, 자동화 툴을 쓰자니 결과가 불안한 그러한 ‘애매한 사용자’ 들이 타깃입니다.
이들은 실제로 사용 빈도도 낮고, 지불 의지도 낮은 경우가 많습니다.

3) AI 분석의 착시: ‘데이터’ 없이 AI는 작동하지 않는다.
많은 AI 분석 기반 플랫폼들이 표방하는 내용은
‘AI가 RNA-seq, multi-omics 데이터를 분석해 발현 이상 유전자를 추천해줍니다’, ‘VCF만 업로드 하면 질병 관련 변이를 자동 판별해줍니다’와 같은 기능을 강조합니다.
언뜻 보기에는 매우 혁신적으로 보이지만,
정작 중요한 질문은 ‘AI가 과연 어떤 데이터로 훈련되었는가?’ 입니다.
정밀하고 신뢰할 수 있는 해석을 제공하려면,
수많은 임상적 맥락과 라벨링된 실제 결과가 축적된
고품질의 도메인 특화 데이터셋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대부분의 플랫폼이 그렇듯
‘실제 환자 데이터’가 아니라 ‘오픈 소스’ 데이터만으로 모델을 만들고,
그 성능을 과장하여 홍보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결과적으로 겉보기에는 정교한 AI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의미 있는 예측도 해석도 제대로 하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 본질은 툴의 ‘실행’이 아니라 ‘해석’ 입니다.
제가 생각하기에 좋은 분석이란 단순히 데이터를 넣고 결과를 뽑아내는 처리가 아니라,
그 데이터를 통해 문제를 이해하고 해석해내는 과정입니다.
해석은 결과에 책임을 질 수 있어야 하고,
그 결과는 임상, 연구, 신약 개발 등 이후의 의사결정에 실질적인 기여를 할 수 있어야 합니다.
아무리 세련된 분석 도구 또는 기법이라고 해도,
의도와 맥락 없이 실행만 해대는 시스템으로는
생명과학이나 의료 분야처럼 복잡하고 결과의 무거움에 책임을 져야하는 문제를 결코 해결할 수 없습니다.

- 마무리
분석 플랫폼에 관심이 있고 이에 고민을 하고 계시다면, 이 질문을 한 번쯤 스스로에게 던져보시기를 권합니다.
> 정말 필요한 건 분석을 쉽게 만드는 도구일까요?
> 아니면 문제를 정확히 이해하고, 신뢰할 수 있게 해석해내는 역량일까요?

좋은 분석은 단지 실행이 편리한 것이 아니라,
신뢰할 수 있는 결과, 그리고 그 결과를 떠받치는 깊은 해석에서 출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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