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 스타트업 “될 것 같은 느낌” 만으로 창업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부제: 바이오 기술 기반 스타트업, 아이디어만으로는 부족한 이유
안녕하세요. 한주현 입니다. 오늘은 바이오 기술 기반 스타트업, 아이디어만으로는 부족한 이유에 대해 포스팅 하고자 합니다.
- 창업 열풍 속, 바이오 AI 창업의 함정
최근 바이오와 AI 기술이 각광받으면서, 생명과학 기반 창업도 활발해지고 있습니다.
물론 제가 지금 다니고 있는 쓰리빌리언 역시 바이오와 AI 기술을 합친 기업이지요.
쓰리빌리언은 겉에서 봐도 멋지고 안에서 일을 해도 참 멋진 회사이긴 합니다.
그런데 창업 동기가 기술이 아닌 “트렌드”에 기반할 때, 그 스타트업은 생각보다 빨리 한계에 직면하게 됩니다.
- 실패 가능성이 높은 바이오 AI 스타트업의 특징
1) 기술의 부재
단순한 아이디어만으로는 시장에서 경쟁력을 가지기 어렵습니다.
특히 바이오 스타트업은 고유 기술이 없다면 논문 수준의 실험 아이디어에 머무르기 쉽습니다.
더 나아가, 기술이 있어도 “그 기술이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이 뚜렷하지 않으면 사업화에 한계가 생깁니다.
예를 들어, 한 때 주목을 받았던 DTC(Direct-To-Customer) 개인 유전체 분석 서비스가 있습니다. 소비자는 자신의 유전 정보를 분석하여 질병 위험, 체질, 영양소 대사 등을 알 수 있다는 설명에 관심을 가졌지만, 실제로는 의학적 조언을 제공하는데 법적 제약이 많고, 결과는 “재미” 수준을 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DTC 유전체 분석에 사활을 걸었지만, 결과적으로는
i) 진단으로 이어질 수 없는 한계
ii) 반복 구매 유인을 만들지 못하는 구조 (DNA를 한 번 읽고 이후에 추가적으로 고객에게 구매를 유인할 수단이 없음)
iii) 규제와 해석상의 불확실성
과 같은 벽에 가로막혀, 리텐션이 거의 없는 일회성 사업이 되고 말았습니다.
결국 아무리 기술이 있어도, 사용자에게 어떠한 지속적인 가치를 주는지가 명확하지 않으면 기술은 기술일 뿐, 사업이 되지 못합니다.
2) 전문가의 부재
기술 기반 창업에서 종종 간과되는 요소가 있다면, 그것은 “핵심 기술을 구현하고, 그 한계를 명확히 이해할 수 있는 사람”의 존재입니다.
예를 들어, 건강 검진에서 얻은 SNP 유전체 칩 데이터를 수집하고 향후 암 발생 여부를 예측하는 플랫폼을 구성한 한 기업이 있다고 해봅시다. 그런데 이 아이디어에는 큰 오류가 있는데, SNP 칩에서 얻은 데이터는 germline(생식세포 계통) 유전 정보이고, 암 대부분은 후천적으로 생기는 somatic(체세포 돌연변이) 입니다.
즉, 예측하고자 하는 신호가 애초에 데이터에 존재하지 않는 것 입니다.
디스커션 중 이러한 근본적인 한계에 대해 의견을 내어보니, 창업자는 “많은 전문가들이 그렇게 말했지만, 본인은 반드시 실현시키겠다”고 말했습니다.
이러한 태도는 과학적 가능성이라기 보다는, 신념에 기반한 낙관적 해석에 불과합니다. 이처럼 핵심적인 개념을 오해하거나 무시한 채 사업을 추진하는 경우, 기술적 타당성 보다 열정이 앞서게 되고, 그러면 그 회사가 어떻게 될지 그 결과는 대부분 예측이 가능합니다.
3) 과학과 시장의 불일치 - 논문은 되지만 사업은 안되는 경우
바이오 AI 분야에서는 종종 “과학적으로 가능해 보이는 것”과 “사업적으로 성립하는 것” 사이에 깊은 간극이 존재합니다. 논문에서는 유의한 결과가 나와도, 시장에서는 아무도 그것을 필요로 하지 않거나, 실제 환경에서는 적용이 불가능한 경우가 많습니다.
예를 들어, 싱글셀 전사체 분석을 기반으로 한 맞춤형 항암 치료 제안 플랫폼을 구상한 스타트업이 있다고 해봅시다. 이 아이디어는 논문의 연구 주제로는 매우 매력적으로 보일 수도 있습니다.
i) 종양 미세환경 (TME, Tumor Microenvironment)을 정밀하게 파악하고
ii) 환자별 특이적인 전사 프로파일을 기반으로
iii) 개인화된 치료법을 설계한다는 접근 방법입니다.
하지만 실제 사업적 관점에서 보면 현실은 훨씬 복잡합니다.
i) 샘플 처리와 품질 확보의 문제 (의료현장에서의 샘플링의 어려움, 재현성이 떨어지는 점)
ii) 분석 단가와 해석의 임상 적용성 (높은 분석 비용, 임상의가 이해할 수 있는 형태로의 변환)
iii) 의료 현장에서의 활용 현실성 (가이드라인의 부재, 병원의 workflow로 부적합)
게다가 해당 기업은 싱글셀 분석에 대한 자체적인 논문, 데이터셋, 전문성을 갖추지 못한 상태에서,
단순히 “미래에 유망한 기술인것 같아서” 사업화 하려 했다는 점.
“이 아이디어가 논문으로 될 것 같아 보인다” 는 것과,
“지금 이를 제품화 하여 의료 현장에서 써야 한다”는 것은 전혀 다른 이야기 입니다.
“논문으로 멋져 보이는 기술”이 “현장에서 아무도 쓰지 않는 기술”로 끝나는 경우는 바이오 스타트업에서 의외로 흔하게 일어나고 있습니다.
- 아이디어보다 중요한 것들
기술 창업은 용기 있는 도전이지만, 특히 바이오 분야에서는 열정만으로 해결할 수 없는 구조적인 진입 장벽이 존재합니다.
i) 기술이 실재하는가
ii) 기술을 구현할 사람이 있는가
iii) 과학적 근거와 시장 논리가 일치하는 가
이 조건들이 충족되어야 비로소 시작선에 설 수 있습니다.
“될 것 같은 느낌” 보다 “될 수밖에 없는 구조”를 설계하는 것이 진짜 바이오 창업의 출발점입니다.
바이오 스타트업에서 그리 길지 않았지만, 초기 멤버로써 상장까지 함께한 진지한 시간을 통해 얻은 인사이트를 나눠봅니다. 비슷한 고민을 하고 있는 분들께, 이 글이 작은 참고가 되기를 바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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